부동산

우리 부부가 황학동 아파트를 매수하게 된 과정, 황학동 롯데캐슬 베네치아

권진석

2023-12-25

작성,

2023-12-25

수정

내가 사는 곳 황학동

저는 올 9월에 황학동 아파트를 매매하여 이사하였습니다. 아직 이곳에 이사하게 된 지 4개월이 채 되지 않았네요. 사람이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요? 지금의 아내와 2년 가까이 지내던 열두 평 남짓했던 예전 빌라가 기억에 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제가 아파트 매매를 결심하고, 매매할 지역을 결정하고, 이 매물과 계약하기까지 많은 의사 결정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글에서는 그 의사결정에 대한 기록을 남기려고 합니다.

우리 부부 소개

지금 돌이켜보면 저희 부부는 유독 서둘렀던 것 같습니다. 결혼식 전 아이를 먼저 가졌고, 이때문에 결혼식도 두어 달 앞당겼습니다. 여담이지만 계획된 아이였습니다. 결혼식 전에 가지긴 했지만요. 단지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저희는 더 건강했고, 아이가 저희에게 더 일찍 찾아와주었죠.

저희가 살던 곳은 서울역 근처의 12평 남짓한 빌라의 3층이었습니다. 서울에 취직한 아내가 고양이 두 마리와 살기 위해 구한 전세집이었고, 저는 제가 살던 월세방을 정리하고 아내의 집으로 이사하게 됐습니다. 제 아이도 생후 8개월까지 그곳에서 우리와 함께 살았죠. 그 빌라는 워낙 좁았기에 아이가 기어다닐만한 곳이 없었습니다.

내가 서둘러 집을 사게 된 계기

당시 저에게는 “전세에는 절대 살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었습니다. 그 원칙은 아직까지도 어느정도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임신 직전 저희는 더 넓은 같은 빌라의 전세 매물을 본 후에 이사하지 않기로 결정했었죠.

아내와 저는 퇴근 후 운동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아내 직장 근처의 크로스핏을 함께 다녔었죠. 아내가 임신한 후에는 한동안 저 혼자 크로스핏에 다녔는데, 마치고 자전거를 타고 집에 오던 중 접촉사고가 날 뻔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문득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이 들게 되더라고요. 그날 저는 정기보험을 가입했고, 매일 밤 아내 몰래 아파트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원씽이라는 책에서는 이런 말을 합니다.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일을 발견하고, 그 일을 지금 당장 하라.” 그것이 저에게는 집이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 가족이 살 수 있는 집이 제 의무이자 책임이었던 것이죠. 아파트 한 채는 아내와 자식이 집 값과 이사 걱정으로 자유로워지게 해줄테니깐요. 그리고 정기보험은 제 신변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아파트를 지켜줄 보호장치였습니다.

황학동을 선택하게 된 계기

직주근접, 부모가 행복해야 자녀가 행복하다.

저희가 매매할 장소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직주근접이었습니다. 아내의 직장은 광화문이었고, 당시 제 직장은 을지로였습니다. 또, 아내는 고려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막 시작했었죠. 저희 부부는 맞벌이를 놓지 않는 것이 목표입니다. 제 부모님도 맞벌이를 하셨는데, 이것이 제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됐던 것 같거든요. 맞벌이를 염두하다보니, 직주근접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가치인 것 같습니다. 부모가 행복해야 자식이 행복하다고 하는데, 직장이 먼 부모의 자식들은 결국 행복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처음 저희가 염두했던 곳은 동묘앞역, 창신동이었습니다. 동묘앞역은 1,6호선 환승역으로 광화문, 을지로, 고려대학교가 모두 가깝습니다. 청계천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가도 되고요. 하지만 창신동은 구축아파트가 많다는 게 흠이었습니다.

다음 후보는 보문동이었습니다. 보문동 파크뷰자이는 꽤 오랫동안 저희들에게 미래의 집이었습니다. 2017년에 입주한 이 아파트는 신축이나 다름 없었고, 세대 수도 1,000세대 이상인 것도 마음에 들었죠. 하지만 막상 임장했을 때의 느낌은 조금 달랐습니다. 동묘앞 역에서 내린 저희는 마을버스를 타고 한참 올라갔고, 올라가는 내내 유모차를 끌고 갈 수 없을 거라는 말을 했습니다. 주변에 편의시설이 부족했던 것도 아쉬운 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만족스러웠지만, 당시 아내는 그렇지 않은 눈치였습니다.

그날 저희는 보문 파크뷰자이를 구경하고, 신설동역을 통해 황학동 롯데캐슬 베네치아도 함께 임장하게 되었습니다. 아파트 건물 앞에서 이마트와 스타벅스를 본 아내와 저는 ‘여기다.’ 싶었습니다. 황학동에 있는 롯데캐슬 베네치아는 평지에 있었고, 이마트도 같은 건물 지하에 있었죠. 청계천이 집 앞에 있다는 것은 덤이었습니다.

그 후에도 최종 결정을 할 때까지에는 시간이 좀 더 걸렸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서둘러 집을 매매하지 말라고 하셨고, 아내 역시 전세에서 좀 더 살아본 후 결정하자고 했었죠. 제가 전세를 살지 않고 매매하게 결정하게된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 보문 파크뷰자이는 신축이기 때문에 전세 매물의 퀄리티가 큰 차이가 없다.
  • 롯데캐슬 베네치아는 15년 된 건물이기 때문에 인테리어가 된 집을 찾아야한다.
  • 우리의 1옵션이 보문 파크뷰자이라면 전세로 살면서 매매 결정을 유보할 수 있지만, 롯데캐슬 베네치아는 전세로 살면서 우리가 바라는 생활 수준을 경험하는 것이 힘들다.

지금의 매물을 고른 계기

저희는 84 A타입을 결정했습니다. A타입의 구조는 독특합니다. 거실이 다른 타입에 비해 넓습니다. 작은 방은 안방에 붙어있고, 중간 방이 혼자 떨어져있습니다. 대체로 안방이 따로 있고, 중간 방과 작은 방이 붙어있는 경우가 많죠. 저는 큰 식탁을 두어 일과 여가가 혼재되어있는 거실을 꿈꿨습니다. 또 아이가 어렸을 때에는 작은 방을 아이의 방으로 활용함으로써 부모가 아이가 가깝게 생활하려고 했죠. (저희는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분리수면을 해왔습니다. 이사한 후로는 항상 잠은 각자의 방에서 자고 있습니다.) 대신 아이가 어느정도 큰 후에는 중간 방을 아이에게 주고, 부모와 아이가 각자로부터 독립적인 공간을 주려고 합니다.

84 A타입 평면도 - 출처: 호갱노노

입주할 타입을 결정했어도 저희에게 적당한 매물을 찾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2022년 처음 집을 알아볼 때에는 10억 5천만 원이었던 집이 2023년에는 9억까지 떨어졌습니다. 저희는 9억에 집을 매수하진 못했고, 반등하던 시기에 9억 4천으로 매수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저희 집은 다른 매물에 비해 몇 가지 장점이 있었습니다.

  • 2년 전 인테리어를 한 비교적 새 집이었다.
  • 시스템 에어컨, 냉장고, 식기세척기 등 우리에게 필요한 가전제품이 이미 구비되어 있다.
  • 8층(실질적으로 2층)에 위치한 단점이 어린이집이 가깝다는 장점이 될 수 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아내가 자취하던 집이 저희 신혼집이 되었습니다.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모두 아내가 혼자 살던 시절 사용하던 것들이었고, 이사하면서 새로 장만해야했습니다. 빌트인 가전기기는 이사 후 저희가 마련해야할 가전기기에 대한 부담을 줄여줬습니다.

황학동을 구매하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점

돌이켜보면 저희가 이 집을 매매하기까지 많은 의사결정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 의사결정에는 그에 합당한 근거도 있었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이켜보면 저희가 미처 몰랐던 것 역시 많았습니다. 아마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학군과 학교일 것 같습니다. 저희 아파트와 가장 가까운 초등학교는 광희초등학교인데, 아이가 걸어가기에는 거리가 멉니다. 어른의 걸음 속도로도 15분에서 20분까지 걸리는 거리죠. 또한 중학교도 없습니다. 이는 서울에 있는 아파트들이 대부분 갖고 있는 특징인데, 근처에 중학교가 있는 아파트 단지가 정말로 없습니다. 또, 저희 아이가 배정받을 중학교도 아내가 원치 않습니다.

일단 저희는 이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사립초등학교를 보내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학교 진학은 아직 10년 넘게 남은 이야기라 크게 걱정하고 있지 않고요. 아마 대광중학교 근처에 집을 구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사할 수도 있겠죠…

또, 다른 단점은 강남, 판교까지의 거리인 것 같습니다. 제 직장은 을지로에 있었지만, 제가 종사하고 있는 IT회사들은 강남이나 판교에 많이 있습니다. 신당역에서 강남까지는 멀지 않습니다. 도어투도어로 50분 정도 걸리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판교까지는 거리도 멀고, 가는 방법 역시 순탄치 않은 것 같습니다.

다음 액션, 분당 아파트 매수하기

제 아는 분은 생애 주기에 따라 보유한 집의 수를 늘리셨다고 합니다. 생애 주기에 맞춰 이사하는 이유가 생겼고, 그때마다 집을 새롭게 매매하면서 이사하셨다고 합니다. 현재 고3의 딸을 두셨는데, 보유한 집 역시 3~4채 정도 되시는 것 같습니다. 자산은 매수하는 것보다 매매하는 것이 더 힘든 일이라고 합니다. 저 역시 생애주기에 맞춰 집을 더 매수함으로써 매매의 골치를 극복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서울보다 경기도 신도시의 아파트 가격이 더 많이 올랐다고 합니다. 이 말이 사실인지 확인해보지는 않았으나, 납득이 가는 것 같습니다. 젊은 부부들은 깨끗하게 다듬어진 생활 환경을 꿈꾸는데, 서울의 생활 환경은 상대적으로 역사적으로 더 오래됐을 가능성이 높죠. 또, 학교의 위치, 학군들도 아파트가 많이 모여있는 곳에 발달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 같습니다.

분산 투자란 다양한 섹터에 투자하여, 투자 위험도를 낮추는 행위를 말합니다. 저희가 보유하고 있는 아파트의 장점은 직주근접, 서울 아파트일테고, 단점은 학군, 학교, 학원, 비신도시, 비강남 생활권 등이겠죠. 저희가 보유한 집의 수를 늘린다면, 아무래도 현재 아파트가 갖고 있는 단점을 해결할 수 있어야할 것 같습니다. 서울 안에 있는 아파트가 아니고, 직장과의 거리가 멀다는 단점이 있다고 하더라도요.

제 다음 계획은 강남과 판교에 40분 내외로 출퇴근 할 수 있는 성남시의 아파트를 갭투자하는 것입니다. 하늘 아래 분당이라는 말이 있던가요. 현재 다음 목표는 분당이긴 합니다. 분당은 저희 아파트가 갖고 있는 단점을 모두 장점으로 갖고 있는 곳이죠. 지금은 갭 차이가 심하여 저희가 당장 투자할 수 없는 상황이기는 합니다.

글을 마치며

저는 스타트업 업계에서만 있었습니다. 스타트업에 있으면서 실행을 더 잘하는 사람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 저희가 살고 있는 아파트를 매수할 수 있게 되었던 것 같아요. 또, 제 직장이 늘 불안정하다보니 그 환경에서도 유지할 수 있는 생활 환경을 꾸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파트를 매매하되, 큰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에서 매매하게 되었죠. 제가 분당의 아파트를 정말 다음 아파트로 매수하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몇 년 뒤를 바라보는 액션은 결국 잘 실행되지 않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될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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